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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19
마지막 순간을 함께했던 특별한 경험
올해 3월 24일 화요일 , 방문간호지시서를 작성하기 위해 한 환자분의 댁을 방문했습니다.
방문간호지시서는 의료기관에 직접 방문하기 어려운 환자분들을 위해 간호사가 환자의 가정을 방문하여 필요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의사나 한의사가 작성하는 지시서입니다. 6개월에 한 번 의사나 한의사가 환자분의 댁을 방문해 지시서를 작성하면 방문간호가 이어지게 됩니다.
저는 저희 한의원에 내원하셨던, 대학병원에서 오랫동안 근무하시다 은퇴하신 간호사님과 함께 이 사업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지 어느덧 2년이 되어갑니다.
그날은 오후 6시 45분쯤이었습니다. 출발하기 전 간호사님께 환자분의 상태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90세 초반의 할머님이셨고, 이하선암으로 오랫동안 투병하셨다고 했습니다. 상태가 많이 좋지 않아 간호사님께서 점심시간에 먼저 환자분의 댁을 방문하셨다고 했습니다. 할머님의 집은 한의원에서 멀지 않은 오래된 빌라 2층에 있었습니다. 집 안으로 들어가니 할머님은 방 안에 누워 계셨습니다.
6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따님이 곁을 지키고 계셨습니다. 따님은 낮에는 간병사로 일하고, 밤에는 자신의 어머니를 돌보고 계셨다고 합니다. 할머님은 무척 마르고 왜소하셨습니다. 침대에 누워 계신 모습에서는 기운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손발을 살펴보니 청색증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맥도 무척 약했습니다. 먼저 도착하신 대학병원 간호사님께서 조용히 말씀하셨습니다.
“3일을 넘기지 못할 것 같아요.”
간호사님들은 저보다 훨씬 많은 임종의 순간을 지켜보셨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제 마음에는 할머님의 마지막 순간이 그보다 더 빨리 찾아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잠시 망설였습니다.그리고 용기를 내어 따님과 간호사님들이 계신 자리에서 여쭤보았습니다. “할머님을 위해 기도해 드려도 될까요?” 다들 그렇게 하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할머님의 가슴에 조심스럽게 손을 올리고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사랑이 많으신 하나님.
여기 하나님께서 사랑하시는 딸이 계십니다.
저는 이분이 어떤 삶을 살아오셨는지 알지 못하지만,
하나님은 다 아십니다.
이분의 고통과 아픔을 아십니다.
이 시간 예수님의 품에 하나님께서
사랑하시는 딸을 안아주시고,
예수님 안에서 참된 평안을
누리실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어머님의 생명을 하나님께 맡겨드립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기도가 끝나기 직전이였습니다.
할머님의 가슴이 제 손과 함께 위로 크게 올라왔습니다.
기도를 마치고 보니, 할머님의 생명이
떠나가신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순간 저도 놀랐습니다.
눈앞에서 사람이 돌아가시는 모습을
직접 본 것은 거의 처음이었습니다.
돌아가신 분을 뵌 적은 있었지만,
한 사람의 생명이 떠나는 바로
그 찰나에 함께 있었던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주변에 있던 분들도 모두 놀라셨습니다.
따님은 엉엉 우셨고, 저는 간호사님들과
할머님의 사후 절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뒤 조용히 그 집을 나왔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친정엄마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그 이야기를 엄마에게 가장 먼저
들려드리고 싶었습니다. 엄마가 건강하셨으면
좋다는 이야기도 했고요.
돌아오는 버스에서
‘하나님께서는 그날, 그 시간, 그장소에
나를 그곳에 보내셨구나’
생각이 들어 감사했습니다.
만약 예수님을 믿는 분이 아닌
다른분이 그자리에 지시서를
쓰러가셨다면 그 순간
할머님을 위해 기도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그 시간에 저를
그곳으로 이끄셨고, 할머님의 이땅의
삶을 마감하는 기도를
임종기도를 할 마음을 주셨습니다.
저는 목회자가 아니지만 저를
그자리에 두셨다는 것이
특별한 은혜로 느껴졌습니다.
부족한 저를 사용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했습니다.
할머님의 영혼이 하나님의 품 안에서
평안히 안식하시기를 기도했습니다.
그날 이후 한동안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죽음을 참 멀리 있는 일처럼
생각하며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삶과 죽음은 어쩌면 아주
가까운 곳에 함께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언젠가 나와 내 주변 사람들에게도
마지막 순간이 찾아올텐데
감사하고,
사랑하고,
즐겁게 그리고 의미있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 하나님께서 주시는 마음을 따라
환자분들을 사랑하며 기도하는일에
힘쓰자는 다짐도 새롭게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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